크라우드 펀딩 법 제도 꼼꼼 분석
본질은 탈 규제...과감하게 생각 바꿔야
지난 7월 6일 약 2년의 지연 끝에 크라우드 펀딩에 대한 법제화 작업이 일차로 마무리됐다. 2012년 5월에 발표된 '기업투자 활성화 방안'에서 처음 크라우드 펀딩 제도의 도입에 관한 정부의 공식적 언급이 이뤄진 이후 업계의 요구와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법제화 노력이 이뤄져 왔다.
그간 경제 활성화 법안에 대해 여야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가운데 크라우드 펀딩 역시 도입과정에서 상당한 난항을 겪었다.
그간 경제 활성화 법안에 대해 여야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가운데 크라우드 펀딩 역시 도입과정에서 상당한 난항을 겪었다.
특히 지난 7월 법 통과과정에서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국회법' 개정 논의가 크라우드 펀딩 관련 법률 문제와 맞물려 법제화 작업이 또 한 번 지연되는 듯 했으나 가까스로 통과돼 이해관계자들이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당시 온라인상에서는 거래의 편리성에 주목한 개인들이 급격하게 개인 간 금융거래 규모를 늘려가고 있었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언론 등을 통해 자금조달과 그로 인한 아이디어의 사업화에 성공한 사례들이 크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각국 정부가 이러한 현상을 관찰하면서 소매금융영역에서의 금융소외현상 해소, 창업초기기업에 대한 '현명한' 엔젤투자자로서 크라우드 펀딩의 가능성에 주목하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이번에 이뤄진 크라우드 펀딩 법제화는 개인투자자들이 창업기업에 큰 부담 없이 투자할 수 있고, 창업초기기업 입장에서도 큰 법적 책임을 부담하지 않고도 더 쉽게 아이디어의 사업화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됐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이번 법제화 내용이 실제 운용에 있어 상당한 한계를 갖고 있고, 특히 지금 시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다양한 크라우드 펀딩 거래 유형 중 일부분만을 법제화한 것이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투자형에 한정된 크라우드펀딩법
먼저 언급하고 지나가야 할 부분은 이번에 통과된 '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이 크라우드 펀딩의 여러 유형 중 상대적으로 기업들의 자금모집방식으로 유용성이 크다고 판단되는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에 관한 것이라는 점이다. 참고로 크라우드 펀딩은 통상 금전적 대가의 유무, 그리고 그 대가의 법적 성질이나 적용 가능한 법률을 기준으로 기부형, 보상형, 대출형, 투자형으로 구분된다.
이번 법 개정은 크라우드 펀딩에 대한 첫 제도화 작업이란 측면에서 나름의 의미를 둘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창업기업이나 자금을 지원하는 투자자 모두의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적지 않은 불편함을 초래함으로써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 제도가 창업기업의 입장에서 실효성 있는 자금조달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 제기되는 측면이 몇 가지 있다.
적극적 투자활동 유인 부족
대표적으로 이번에 법제화된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의 경우 일단 증권발행을 할 수 있는 주체가 중소기업창업지원법상 창업자(기업이나 조합)로 한정된다. 창업기업의 입장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나 사업을 홍보할 수단이 펀딩 플랫폼(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자)이 제공하는 홈페이지로 제한된다는 특징이 있다.
때문에 다양한 개인이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의 방식으로 자금을 모집하는데 어려움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투자자의 입장에서도 투자를 위해서는 투자자 본인이 직접 중개업자가 제휴한 금융기관에 계좌를 개설해야 할 뿐만 아니라 금융기관을 통해 예탁결제원에 예탁계좌를 개설해야 하는 등 불편함이 존재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투자활동에 참여할 유인이 부족하다.
또 이번 법 개정이 정부가 주안점을 두고 있는 창업기업 활성화에 필요한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에 국한돼 현재 국내 시장에서 적지 않은 규모로 성장하고 있는 여타 유형의 크라우드 펀딩에 대해서는 적절한 제도적 보완장치가 여전히 부재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해 볼 수 있다.
특히 (국내 크라우드 펀딩 시장의 규모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존재하지 않지만) 기존 연구 내용과 최근 중금리 시장을 겨냥한 P2P 대출 플랫폼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대출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대출형 크라우드 펀딩에 대해 관련 법률체계는 거의 미비한 상태다. 때문에 자금모집자의 허위광고 등으로 인해 다수의 자금공급자가 피해를 보는 경우에 대한 사전·사후적인 보호장치가 없고, 크라우드 펀딩 업체도 '대부업법'에 따른 대부업체로 등록해야 해 투자유치와 상장 등에 있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출형 크라우드 펀딩에 대한 규제의 미비는 이번에 법제화된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 제도가 가진 자금모집한도 및 절차 등에 있어서의 현실적 불편함과 맞물려 규제회피의 수단으로 활용될 소지도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법개정 작업은 기존 자본시장법에서 규율하고 있던 공모방식의 자금모집을 기본적인 구조로 하고 규제체계를 정비한 것이기 때문에 변화해 가는 크라우드 펀딩의 형태에 적절히 대응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참고로 지난 3월 크라우드 펀딩 산업 전문 조사업체 매솔루션(Massolution)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크라우드 펀딩 산업은 전년 대비 167% 성장해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기존의 유형에서 벗어난 새로운 유형의 크라우드 펀딩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은 2013년과 2014년 전 세계에서 펀딩 유형별로 모집된 자금의 규모를 요약한 것이다.
매출공유형은 펀딩 성공으로 본격적으로 사업이 시작된 이후 매출이 발생하면 해당 매출액의 일정부분을 자금공급자와 공유하는 방식이다. 미국의 '퀄키(Quirky)', '튜브스타트(TubeStart)', '앱스펀더(AppsFunder)' 등의 플랫폼이 이러한 방식을 제공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크라우드 펀딩의 형태가 고정적이지 않고 언제든 다양하게 변화할 수 있고, 이렇게 변화한 거래 형태의 법적 성질을 기존 금융법 체계 하에 포섭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금융거래의 틀에 맞춰 거래형태를 한정할 경우 크라우드 펀딩이 가진 신축성을 상실시킬 위험성이 있다.
금융규제 관점 법체계서 수용 어려워
결국 이번 법제화 작업은 법상 제도화된 형태의 크라우드 펀딩에 대해 위법 소지를 제거해 준 측면은 있으나, 실제 시장에서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이 활성화되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가 존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을 기존 자본시장법에서 상정하고 있는 (정보비대칭성 상황에 놓여 있음으로 해서 보호 필요성이 큰) 다수의 자금공급자와 (금융사기의 가능성이 있는) 자금모집자 간의 금융거래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여타 유형의 크라우드 펀딩에 대해서 법적인 틀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것 역시 자금공급자와 자금수요자간의 안전한 거래 확보를 위한 금융규제라는 관점에 입각해 있는 기존 금융법체계의 틀 속에 크라우드 펀딩이란 현상을 포섭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에 입각해 기존 금융규제의 틀을 피해 자생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비정형적 거래'인 크라우드 펀딩의 속성에 비춰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국내 크라우드 펀딩 시장의 건전한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존 금융거래의 법적 성격이 아닌, 크라우드 펀딩 거래가 이뤄지는 '거래수단'의 특수성에 맞춘 새로운 규제체계를 마련하는 방안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기존 4가지 유형의 크라우드 펀딩 거래는 펀딩 플랫폼이 전자적 수단에 의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고, 거래에 참여하는 참여자들의 정보가 펀딩 플랫폼이 운영하는 중개시스템에 집중된다는 공통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기존에 주로 전자지급거래를 규율하는 법률로 기능해 온 전자금융거래법을 모법으로 해 이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전자금융거래 및 전자금융업자의 유형을 세분화해야 한다. 또 펀딩 플랫폼이 운영하고 있는 결제중개시스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며, 일정 금액 이상의 금융거래에 대해서는 손해배상보험과 같은 사후적 소비자보호장치를 마련하되, 여타 행위자 규제는 최소화하는 것으로 전반적인 규제의 틀을 새로 짜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크라우드 펀딩이 단순히 온라인을 통한 개인 간 금전거래에서 벗어나 새로운 지급결제수단과의 결합을 통해 다양한 양태로 발전할 가능성을 대비해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핀테크 현상을 동시에 포괄할 수 있도록 법의 전반적인 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최근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크라우드 펀딩 현상을 규제 관점에서 금융현상으로 바라볼 경우 문제 해결은 더 복잡해질 수 있다. 기술이 중심이 돼 발생한 금융분야에서의 '탈규제 현상', 그것이 크라우드 펀딩의 본질이다. 과감한 관점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본 기사는 테크M 제31호(2015년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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